낙서같은 일상(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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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별
상사의 술잔에 마음을 쏟아낸 밤,묵은 체증처럼 가라앉던 과거의 기억들괴로웠던 프로젝트 내의 문제점들아이처럼 유치했던 사내정치의 소란함."감사합니다, ㅇㅇㅇ님"취기 어린 진심이었을까,아니면 내일을 위한 주문이었을까.터벅터벅, 젖은 어깨로 걷는 길아스팔트 위로 후회가 질척인다.말하지 말았어야 했을까,보이지 말았어야 했을까.그때,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전화벨"아빠, 나 반에서 1등 했어!"지난번 전교 2등보다 더 빛나는 목소리.순간,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뜬다.내 어깨를 누르던 세상의 무게는 가벼워지고가슴 속을 채우던 헛헛함은 사라진다.그래, 괜찮다.세상의 모든 소란도,어른의 유치함도,이 작은 별 하나를 이길 수는 없으리.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제는 더 이상 무겁지 않다.내 아이가 띄운 저 반짝이는 별을 보며나..
2025.07.11 -
소리없는 전쟁
구름 위, 그들만의 성에는팽팽한 공기, 차가운 유리창C라는 이름의 왕들은오늘도 보이지 않는 칼을 맞댄다.날 선 웃음 뒤로 숨은 경계칭찬 속에 교묘히 파고드는 가시사소한 자존심에 조직이 흔들리니그 유치한 명분 다툼에 우리는 다만 침묵할 뿐.그들의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아래는 영문 모를 폭풍이 몰아친다.한마디 말에 천 길 낭떠러지요가벼운 외면에 살얼음판을 걷는 우리.자리보존의 서글픈 줄타기라,애써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여도그들의 미묘한 기류에 하루 종일 흔들리는우리의 오늘은 너무나도 고단하다.
2025.07.10 -
외로움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섬처럼 홀로 떠 있는 기분수많은 웃음과 이야기 속에서나만 외톨이인 것 같은 밤 서러운 마음에 고개 숙일 때면가만히 귀 기울여보세요그 고독은 당신을 해치러 온 게 아니랍니다 세상의 소란이 잠시 멎고비로소 들려오는 내 마음의 목소리잊고 있던 나의 꿈, 나의 빛깔가장 깊은 곳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홀로 선 나무가 더 깊이 뿌리내리고외로운 별이 더 밝게 빛나듯이그 침묵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스스로 빛나는 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결국 사람으로 치유되지만나 자신을 온전히 끌어안는 법은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얻어지는 선물 그러니 두려워 마세요군중 속에서 문득 찾아온 그 고요함을그것은 당신이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이라는 꽃이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2025.07.09 -
그 여름
숨 막히던 여름밤에어컨 대신 밤바람을 벗 삼아집 앞 골목에 돗자리 하나 펴면온 동네가 우리들의 마당이었네 모기 쫓던 어머니의 부채질 소리두런두런 나누던 이웃의 안부와수박 한 통에 터지던 웃음소리그렇게 정겨움으로 밤은 깊어 갔네 언제부터였을까집집마다 보이지 않는 창이 생기고얼굴 대신 빛나는 화면을 마주한 순간부터골목길 돗자리는 자취를 감추었네 이제는 살 부대끼는 정겨움보다날 선 말들이 허공을 먼저 가르고따뜻한 마음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재단하니참으로 어렵고 서글픈 세상이어라 아, 그립다다리 몇 군데 모기에게 물려도 좋았던서로의 온기로 더위를 나누던그 여름밤, 우리들의 돗자리가 그립다.
2025.07.08 -
꿈
흔들리는 차창에 기댄 얼굴들,고단한 하루가 벌써 스며 있고,어떤 마음을 숨겼는지 모를 무표정은회색 도시의 일부가 된다.저 편에선 재잘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방 가득 내일의 꿈을 채웠을까.문득, 나에게 묻는다.내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기억의 서랍을 아무리 뒤져봐도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할 뿐,가슴 한편이 아련히 서글퍼진다.괜찮다, 속으로 되뇌인다.하늘의 별 같던 꿈은 잃었어도,나에겐 세상 가장 따뜻한 이름이 있으니.나의 꿈은 이제, 가족.피곤에 찌든 얼굴 위로사랑하는 이들의 미소를 겹쳐본다.그래, 오늘도 나는 이 꿈을 위해 달린다.나의 하루는, 나의 걸음은곧, 나의 꿈으로 향하는 길이기에.
2025.07.07 -
마모된 웃음
잠실의 쨍한 햇살 아래서른의 젊음이 육십의 세월에게"비켜"한마디 툭, 던진다비키라니까짜증 섞인 소리에육십의 어깨가 흠칫,그러나 얼굴엔마모된 웃음이 걸린다저 웃음 뒤에 숨겨진수많은 새벽과 땀방울을서른의 조급함은 알까투명한 유리창처럼마음이 훤히 비춰져지켜보던 내 가슴이 시리다인격의 무게는나이테에 새겨지지 않음을거지같은 그의 언행이소리 없이 증명한다애써 지은 웃음이가장 아픈 울음임을나는 보았다잠실의 하루는 그렇게누군가에겐 빛나는 무대였고누군가에겐 소리 없는 상처였다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