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같은 일상(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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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약속
햇살이 유난히 따스했던 그날아버지는 먼 소풍을 떠나셨네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지만남겨진 마음은 시리고 아려오네슬프면 참지 말고 울어라가슴이 먹먹해지면 소리 내 울어라그 눈물 길 따라, 강이 되어 흐르면아버지도 너를 보며 함께 아파하실 것이다네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보다아버지는 더 너를 그리워하실 테니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결코 지워지지 않는 약속이니나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는 밤그저 가만히 두 손 모을 뿐부디 너무 아파하지 않기를고요한 위로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
2025.06.29 -
시선
수많은 눈동자가 등을 찌르는수저 부딪는 소리마저 나를 겨누는소란한 그곳에서 너는 외딴 섬이 된다.밥알은 모래알처럼 까슬하고넘겨야 할 음식은 거대한 산이 되어꿀꺽,삼키는 것은 밥이 아니라뜨거운 울음이다.매일같이 거의 그대로 돌아오는 식판 위로네가 보낸 힘겨운 시간이 아른거린다.괜찮으냐 물으면 작게 끄덕이는그 조그만 어깨가 안쓰러워아빠 엄마는 마음이 저려온다.책상 위 성적표보다텅 빈 너의 점심시간이 더 마음 쓰이고앞으로 네가 마주할 더 넓은 세상 속에서홀로 밥 먹어야 할 날들이 있을까밤새 뒤척이며 걱정을 꿰맨다.아가야.세상의 모든 시선 앞에가장 든든한 네 편이 되어 줄게.너의 시간표대로, 너의 걸음대로묵묵히 기다릴 테니언젠가, 세상 가장 맛있는 밥을너와 마주 앉아 함께 먹고 싶구나.
2025.06.28 -
쉼표같은 하루
분주했던 날들이 멈춘 자리,오랜만에 찍는 쉼표 하나.마주 앉은 당신의 온기 속에말없이도 잔잔히 흐르는 시간.창문 너머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여름의 열기도 한숨 쉬어가는 오후.소란스럽던 마음은 고요한 호수 같아그저 이 순간의 평온함에가만히 잠겨드네.더할 나위 없이,꼭 좋은 오늘. ^^
2025.06.27 -
낡은 도시락에 대한 기억
점심시간 왁자지껄한 교실누군가의 도시락에선분홍빛 소세지가 문어처럼 웃고따스한 김 오르는 계란 후라이가해가 뜨듯 놓여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도시락엔시큼하게 익은 김치 하나가 전부였고교실 한구석, 그마저도 없어 빈 책상 위로 고개를 떨구던 아이가 있었다꿀꺽, 마른침 삼키는 소리만이그 아이의 유일한 반찬이었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김치만으로 허기를 채우던 그 아이는배고픔에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있던 그 아이는지금 어디서 따뜻한 밥을 먹고는 있을까사는 게 힘에 부쳐 울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그 풍경 속에소세지 반찬도, 친구의 웃음도 없이홀로 섬이 되어 앉아 있던 나비수처럼 날아와 박히던 말들을밥알처럼 억지로 삼켜야 했던 나 그때는 소세지 반찬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지만어쩌면 나는,,,,"같이 먹자" 그 한마디가 ..
2025.06.26 -
마법의 박물관
'마법의 박물관', 불행과 행복 속에서 찾는 진정한 나의 삶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던 소녀가우연히 '마법의 박물관'을 발견하며 겪는 신비로운 여정을 담은최예슬 작가의 동화 『마법의 박물관』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다율'은 자신의 현실에 불만을 느끼던 중,'불행의 방'과 '행복의 방'이 존재하는 기묘한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그곳에서 다율은 자신이 꿈꿔왔던 인기인의 삶, 평범한 가정주부의 삶 등다양한 타인의 인생을 직접 살아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는다. 이야기는 다율이 여러 모습의 삶을 경험하며 겪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타인의 삶 속에도 저마다의 고통과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깨달..
2025.06.25 -
낡은 놀이터의 노래
녹슨 철문을 밀고 들어서면거기는 우리들의 놀이터였지얇은 월급봉투보다 두툼했던 웃음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던 나날 낡은 책상 위엔 꿈이 쌓여가고커피 한 잔에 밤새는 줄 몰랐네다시 하라면 못 할 미친 열정이었지만그때는 그것이 우리 세상의 전부였지 어느 날 불어온 낯선 바람굳은 얼굴과 날 선 구호들우리의 노랫소릴 집어삼킨그 거친 함성을 나는 기억하네 원망 한 조각, 미움 한 톨그것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까지어깨를 기댄 동료가 얼마나 따뜻했는지우리는 진정 몰랐었네 뜨겁던 용광로는 차게 식었고찬란했던 축제는 막을 내렸네재만 남은 공터에 서서각자의 길로 흩어지던 쓸쓸한 어깨들 세월은 흘러 닳아버린 추억 한 장문득 궁금해지네, 닳도록 불렀던 그 이름들치열하게 함께 웃고 울었던 나의 동료들은지금 어디서 어떤 하늘을 보..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