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같은 일상(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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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작은 너를 보며
잿빛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오늘창밖을 보니 네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세상이라는 길 위에너는 어떤 걸음으로 서 있을까 여린 손가락,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에아비의 마음은 천 개의 파도를 맞는다괜찮을 거야, 되뇌어 보지만세상의 바람은 때로 매섭기만 하니온전히 너를 지켜줄 수 있을까조바심에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너를 보듬는 아내의 지친 어깨 위로나의 안쓰러움이 무겁게 내려앉는다같은 마음, 같은 눈빛으로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슬픔을 읽는다아이를 위한 기도가깊은 한숨이 되어 흩어지는 오후 흐린 날이라서일까가슴속에 품었던 걱정이먹구름처럼 피어오른다하지만 작은 아이야, 이것 하나만은 알아주렴 세상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에도아빠와 엄마는 너의 가장 큰 우산이 될 것이고세상의 모든 빛이 너를 외면하는 듯해도우리는 너를 비..
2025.06.24 -
월요일의 악수
늦잠으로 맞이한 월요일 아침알람 대신 햇살이 눈꺼풀을 밀어내도몸은 천근만근, 솜에 물을 적신 듯 무겁다 영원히 지치지 않을 것 같던 심장이어느새 작은 언덕에도 숨이 차오르고푸르기만 하던 마음의 들판에하나둘 희끗한 상념이 고개를 든다 쉰이라는 숫자가 저만치서 손짓하는데나는 아직도 스무 살의 폭풍을 기억한다세상 모든 것을 껴안을 듯 뜨겁던 가슴은이제는 잔잔한 호수처럼 가라앉아고요함과 서글픔을 함께 비춘다 나이 듦이란 이런 것일까소란했던 것들과 천천히 이별하며내 몸의 삐걱거림과 익숙해지는 것치열했던 어제를 미소로 놓아주고오늘의 고단함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 거울 속, 세월이 그린 옅은 밑그림 위에오늘 아침의 피곤함이 덧칠을 한다그래, 이것도 나다차분해져서 고맙고지나간 시간이 아쉬워 서글픈있는 그대로의 나에게조..
2025.06.23 -
도서관의 오후
고요함이 내려앉은 책들의 숲,구석진 자리에 옹기종기작은 머리들이 모여 있네.만화책 펼친 아이의 두 눈엔까만 밤하늘 으뜸 별이 총총,네모난 칸 속 세상을 유영하네.너도나도, 손끝으로 모험을 넘기고작은 입가에 번지는 옅은 미소.주인공의 위기엔 잠시 숨을 멈추고승리의 장면에선 주먹을 꽉 쥐겠지.사락, 사락-종이 스치는 소리가 음악처럼 번져가네.두꺼운 소설책의 묵직한 넘김이든얇은 만화책의 가벼운 팔랑임이든책장 넘어가는 모든 소리는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소리.오늘따라 도서관의 오후는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망울과정겨운 책장 소리로 가득하구나.
2025.06.22 -
너의 길을 보는 마음
나의 작은 아기야,네 여린 손가락이 내 손을 놓는 날을나는 벌써부터 헤아려본다.네가 처음 만나는 세상의 문턱에서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지는 않을까낯선 시선들 속에 홀로 섬이 되지는 않을까친구라는 작은 우주 속에서너는 길 잃은 별이 되지는 않을까.시간이 흘러 어른의 계단을 오를 때세상살이의 거친 파도에 너의 등이 젖지는 않을까정직하게 내디딘 너의 발걸음이가시밭길을 헤매게 되지는 않을까.밤새 뒤척이는 나의 걱정은네가 걸어갈 길 위에 미리 깔아주는자갈돌 하나하나와 같아서결코 잠들지 못하는구나.하지만 우리 아기이 모든 걱정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란다.내 깊은 사랑이 너에게 스며들어세상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단단한 뿌리가 되어주기를.나는 그저 멀찍이 서서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꽃을 피워낼너의 계절을 묵묵히 응..
2025.06.21 -
어느 보슬비 내리는 날의 단상
창밖엔 보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산마루엔 안개가 자욱이 걸려가야 할 정상을 가만히 감추었다 덩달아 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아고요의 틈새로 잊었던 얼굴들이하나둘,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더 좋은 길을 찾아 떠나간 이의 뒷모습과돌아오지 못할 세상으로 먼저 떠난 이름과어딘가에서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갈 남은 이들 보슬비는 눈물인가, 아련한 그리움인가흐릿한 기억의 장막 같은 저 안개 너머에떠나고 남고 잊힌 모두가 함께 있는 듯하여 기쁘다기엔 마음 한쪽이 아리고슬프다기엔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참 묘한 오후가 천천히 흐른다.
2025.06.20 -
성채에게.
좋은 아침, 언제나 굳건한 남자다운 얼굴이지만 그 속엔 여린 소녀의 마음이 숨 쉬네 아프고 힘겨운 날들 속에서도 그대의 눈빛은 맑고 흔들림 없으니 때론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말 못할 아픔 홀로 견뎌도 그대의 영혼은 언제나 빛나리 강인함 속에 피어난 꽃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그대, 성채여. 오늘도 햇살처럼 따스한 위로가 그대 마음에 가득 차기를 부디 편안한 하루 보내기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