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별
2025. 7. 11. 08:51ㆍ낙서같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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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술잔에 마음을 쏟아낸 밤,
묵은 체증처럼 가라앉던 과거의 기억들
괴로웠던 프로젝트 내의 문제점들
아이처럼 유치했던 사내정치의 소란함.
"감사합니다, ㅇㅇㅇ님"
취기 어린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내일을 위한 주문이었을까.
터벅터벅, 젖은 어깨로 걷는 길
아스팔트 위로 후회가 질척인다.
말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보이지 말았어야 했을까.
그때,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전화벨
"아빠, 나 반에서 1등 했어!"
지난번 전교 2등보다 더 빛나는 목소리.
순간,
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뜬다.
내 어깨를 누르던 세상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가슴 속을 채우던 헛헛함은 사라진다.
그래, 괜찮다.
세상의 모든 소란도,
어른의 유치함도,
이 작은 별 하나를 이길 수는 없으리.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이제는 더 이상 무겁지 않다.
내 아이가 띄운 저 반짝이는 별을 보며
나는 다시 내일의 아빠로, 직장인으로,
당당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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