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큰 나무 아래서
2025. 7. 4. 07:34ㆍ낙서같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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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잎사귀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신도 나도 작은 묘목이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그늘을 재지 않고
투명한 햇살을 나누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느덧 빽빽한 숲이 되고
당신은 가장 높은 나무 중 하나가 되셨습니다
나는 그저, 그 아래 이름 모를 들꽃 하나
나는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거대한 그늘이 고마웠습니다
세찬 비바람을 막아주는 당신의 가지를 존경이라고해야하나, 존중이라고해야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늘에 가려 나의 여린 잎은 빛을 잃은 느낌이었습니다.
당신은, 뿌리 내린 깊은 상처는 아물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문득 당신의 꼭대기를 봅니다
홀로 모든 비바람과 벼락을 맞는 자리
그 무게, 그 외로움은 얼마나 시릴까요.
마음 한구석이 시큰, 아파옵니다
존경과 상처, 그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이제 미움을 거둡니다
엉킨 넝쿨을 걷어내고 그저 빌어봅니다
부디, 당신의 숲에
평온한 바람이 불기를
더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땅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는 이제서야 당신의 그 마음 조금은 알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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