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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가득 노을이 내리면
차가운 도시의 빌딩 숲 위로황금빛 물감이 쏟아져 내린다하루의 끝자락을 붙잡는 노을은숭고해서, 조금은 쓸쓸하다 신호를 따라 흘러가는 불빛들스쳐가는 무심한 풍경 속에서문득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것은아름다워서, 더 아쉬운 까닭일까 그런데 고개를 돌리면나지막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세상 가장 다정한 온기가 있다 슬픔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저 하늘 아래우리가 함께라는 작은 사실 하나로차창 밖 붉은 노을마저우리를 위한 근사한 배경이 되는 참, 좋은 저녁이다.
2025.07.01 -
창가에 앉아
창가에 홀로 앉은 오후분주히 길을 건너는 시간들 너머로나는 잠시 멈춤을 누른다 쌉쌀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에열아홉의 불안이, 스물아홉의 방황이서른아홉의 치열함이 씁쓸하게 녹아든다늘 같은 질문을 던졌지, 내일은 어디로 가야 하냐고 이제는 달라진 무게의 질문들내 등에 기댄 삶의 온기와연로하신 부모님의 희미해진 웃음이검은 커피 잔 속에 어지러이 흔들린다 복잡한 물음들이 머릿속을 떠다녀도따뜻한 잔을 감싸 쥔 손끝에서모든 것이 잠시, 고요히 가라앉는다 그래, 삶이란 거대한 문장 속에서때로는 이렇게 커피 한 잔의 온기로따뜻하고 향기로운 쉼표 하나 찍어가는 것 이 고요함으로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면그것으로 족한 오후다.
2025.06.30 -
지워지지 않는 약속
햇살이 유난히 따스했던 그날아버지는 먼 소풍을 떠나셨네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지만남겨진 마음은 시리고 아려오네슬프면 참지 말고 울어라가슴이 먹먹해지면 소리 내 울어라그 눈물 길 따라, 강이 되어 흐르면아버지도 너를 보며 함께 아파하실 것이다네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보다아버지는 더 너를 그리워하실 테니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결코 지워지지 않는 약속이니나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는 밤그저 가만히 두 손 모을 뿐부디 너무 아파하지 않기를고요한 위로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
2025.06.29 -
시선
수많은 눈동자가 등을 찌르는수저 부딪는 소리마저 나를 겨누는소란한 그곳에서 너는 외딴 섬이 된다.밥알은 모래알처럼 까슬하고넘겨야 할 음식은 거대한 산이 되어꿀꺽,삼키는 것은 밥이 아니라뜨거운 울음이다.매일같이 거의 그대로 돌아오는 식판 위로네가 보낸 힘겨운 시간이 아른거린다.괜찮으냐 물으면 작게 끄덕이는그 조그만 어깨가 안쓰러워아빠 엄마는 마음이 저려온다.책상 위 성적표보다텅 빈 너의 점심시간이 더 마음 쓰이고앞으로 네가 마주할 더 넓은 세상 속에서홀로 밥 먹어야 할 날들이 있을까밤새 뒤척이며 걱정을 꿰맨다.아가야.세상의 모든 시선 앞에가장 든든한 네 편이 되어 줄게.너의 시간표대로, 너의 걸음대로묵묵히 기다릴 테니언젠가, 세상 가장 맛있는 밥을너와 마주 앉아 함께 먹고 싶구나.
2025.06.28 -
쉼표같은 하루
분주했던 날들이 멈춘 자리,오랜만에 찍는 쉼표 하나.마주 앉은 당신의 온기 속에말없이도 잔잔히 흐르는 시간.창문 너머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여름의 열기도 한숨 쉬어가는 오후.소란스럽던 마음은 고요한 호수 같아그저 이 순간의 평온함에가만히 잠겨드네.더할 나위 없이,꼭 좋은 오늘. ^^
2025.06.27 -
낡은 도시락에 대한 기억
점심시간 왁자지껄한 교실누군가의 도시락에선분홍빛 소세지가 문어처럼 웃고따스한 김 오르는 계란 후라이가해가 뜨듯 놓여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도시락엔시큼하게 익은 김치 하나가 전부였고교실 한구석, 그마저도 없어 빈 책상 위로 고개를 떨구던 아이가 있었다꿀꺽, 마른침 삼키는 소리만이그 아이의 유일한 반찬이었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김치만으로 허기를 채우던 그 아이는배고픔에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있던 그 아이는지금 어디서 따뜻한 밥을 먹고는 있을까사는 게 힘에 부쳐 울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그 풍경 속에소세지 반찬도, 친구의 웃음도 없이홀로 섬이 되어 앉아 있던 나비수처럼 날아와 박히던 말들을밥알처럼 억지로 삼켜야 했던 나 그때는 소세지 반찬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지만어쩌면 나는,,,,"같이 먹자" 그 한마디가 ..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