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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두렵다.
한국 직장인들이 유독 실수에 민감한 이유를 ‘향상 초점’과 ‘예방 초점’, 그리고 ‘상호의존적 자아’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글을 읽었다. 요약하자면,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상호의존적 자아)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예방 초점)을 강화시켜, 결국 도전을 꺼리고 안정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였다.논리적이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 있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불편했다. 마치 정교하게 분석해놓은 설명서 같은데, 정작 내 현실과는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랄까. 이 글은 비판이나 반박이아니라, 그냥 쓰는 글이다. 그건 ‘성향’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글에서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예방 초점’이라는 심리적 ‘성향’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내가 매일 아침 출근해서 느끼는 감정은 과연..
2025.07.22 -
홍수로 비상인데 '덩실덩실'…구리시장 영상 보니
[단독] 홍수로 비상인데 '덩실덩실'…구리시장 영상 보니어제(20일) 경기 북부 일대에서는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속출해, 한마디로 비상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경기 북부에 있는 구리시 시장이 술이 제공된 야유회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춘 걸로 저희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같은 시간 구리시 공무원들은 홍수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박찬범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어제 낮, 강원도 홍천군의 한 식당.마이크를 쥔 남성이 노랫소리에 맞춰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이내 노래를 열창합니다.[흘러가는 강물처럼~ 머물지 못해~]노래를 부르는 이 남성은 경기도 구리시의 백경현 시장.백 시장 뒤론 '하계 야유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입니다.백 시장이 춤을 추는 모습도 영상에는 담겨 있습니다.야유회 테..
2025.07.22 -
몰래 카메라
요즘 자극적인 몰카 영상들이 많아서 잘 안 찾아보는 편이다. 누군가를 속이거나 난처하게 만들어서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우연히 본 이 영상은 좀 달랐다. 왜 노숙자가 됐나요?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몰카인 줄 알았는데, 영상을 보니 서울역의 노숙자분들께 따뜻한 도시락을 나눠드리는 내용이었다. 추운 겨울, 거리에서 힘겹게 지내시는 분들의 현실적인 모습과 그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분과의 인터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노숙 생활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시는데 마음이 아팠다. 어릴 적 꿈이 고아원 원장이었다는 분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지금은 그..
2025.07.21 -
하늘의 날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을까. 갤러리 속에 잠들어 있던 이 사진을 보니, 그날 저녁의 서늘했던 공기와 감정이 다시 파도처럼 밀려온다.아마도 빨간 신호등에 잠시 멈춰 섰을 때,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잠시 멍하니 본것같다..짙은 벨벳 같은 남색 하늘 아래로, 마치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구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지평선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붉은 노을의 잔상이 그 날갯짓에 신비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고.어지럽게 얽힌 전선들, 길을 밝히는 주황색 가로등, 그리고 나를 잠시 멈춰 세운 저 붉은빛.이 모든 지극히 일상적인 요소들이 저토록 비현실적인 하늘과 어우러져, 오히려 더 묘한 느낌을 주더라. 아주 평범한 나의 공간 바로 위에서, 뭔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이 사진 한 장이 다 담..
2025.07.20 -
빗방울
창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규칙적인 듯 불규칙적인 그 리듬은 마치 오래된 자장가처럼 귓가에 맴돌며 복잡했던 생각들을 잠재운다. 회색빛으로 물든 세상, 그 너머로 보이는 흐릿한 풍경은 마치 수채화 물감 번지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투명한 구슬처럼 매달린 빗방울들이 존재한다.하나하나의 빗방울은 작은 세계를 품고 있다. 굴절된 빛 속에서 주변의 풍경은 일그러지고, 새로운 형태를 띤다. 선명하게 초점이 맞춰진 빗방울 안에는 지금 이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반면, 그 너머로 보이는 흐릿한 세상은 과거의 기억처럼 아련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처럼 불확실하게 느껴진다. 이 대비되는 풍경 앞에서, 나는 시간의 경계에 갇힌 듯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가슴 한켠이..
2025.07.19 -
혐오 사회
요즘 인터넷 뉴스창을 열기가, 가끔은 두렵다.스크롤을 조금만 내려도 보이는 날 선 단어들에 마음이 턱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이야기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경계심과 불신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곤 한다.언제부터였을까.우리 사회가 이토록 서로를 미워하는 게 당연해진 것인가.남자라서, 여자라서. 나이가 많아서, 어려서. 생각이 달라서, 사는 지역이 달라서.너무나 많은 이유로 서로를 밀어내고 손가락질하는 모습들을 보면,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나와 조금 다른 모습을 한 사람에게 ‘벌레 충(蟲)’자를 붙여 부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한 사람의 작은 실수를 공동체 전체의 잘못인 양 몰아가는 광기를 볼 때면, 이 거대한 미움의 파도..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