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직장생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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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 대체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울까?노란봉투법이란게 뭘까? 요새 자꾸 뉴스에 나와서 알아봤다. 그래서, 노란봉투법이 뭔데?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노동자나 노조에게 손해배상을 무분별하게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과거에 한 조선소 하청업체 노조가 파업을 했는데, 회사가 노조에 47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이 소송 때문에 노조원들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한 시민이 노란 봉투에 4만 7천 원을 담아 보내면서 응원한 것에서 '노란봉투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노동쟁의(파업) 대상 확대: 기존에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 같은 직접적인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파업이 가능했는데, ..
2025.07.22 -
실수가 두렵다.
한국 직장인들이 유독 실수에 민감한 이유를 ‘향상 초점’과 ‘예방 초점’, 그리고 ‘상호의존적 자아’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글을 읽었다. 요약하자면,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상호의존적 자아)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예방 초점)을 강화시켜, 결국 도전을 꺼리고 안정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였다.논리적이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 있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불편했다. 마치 정교하게 분석해놓은 설명서 같은데, 정작 내 현실과는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랄까. 이 글은 비판이나 반박이아니라, 그냥 쓰는 글이다. 그건 ‘성향’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글에서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예방 초점’이라는 심리적 ‘성향’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내가 매일 아침 출근해서 느끼는 감정은 과연..
2025.07.22 -
나이 듦의 무게, 그리고 말의 향기
어제, 여러 사람이 모인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서슬 퍼런 말을 마주했다. 나이 예순을 바라보는 분의 입에서 나온 그 말들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회의실의 공기를 차갑게 갈랐다. 그 순간, 나는 그의 얼굴에서 그가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어렴풋이 보았다.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생물학적인 시간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만큼 경험과 지혜가 쌓여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어왔다. 켜켜이 쌓인 세월은 모난 돌을 둥글게 만들고, 날카로운 언어를 부드럽게 다듬어 줄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한 사람의 말이 가지는 무게와 책임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연륜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어제 내가 본 모습은,, 다수가 지켜보는 앞에..
2025.07.18 -
"20대는 안 뽑아요"…신입 채용 안 하는 대기업들 20대 직원 비중 '뚝'
"20대는 안 뽑는다구요? 미래를 안 보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서울경제] '20대는 안 뽑아요'…신입 채용 안 하는 대기업들 20대 직원 비중 '뚝'" 기사 하나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경제가 어렵고 당장 성과를 내야 하니, 경험 많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자꾸 서늘해지는 건 왜일까. "20대는 안 뽑아요"라는 말이 당연한 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이 분위기가 조금 무섭다. 하나, 잊지 말자. 모든 혁신은 '낯섦'에서 시작된다는 걸.익숙함은 편안하지만, 고인 물이 되기 쉽다. 조직에 새로운 피가 돌지 않으면 생각도, 문화도 그대로 굳어버린다. 서툴지만 겁 없는 질문을 던지는 신입사원, 기존의 방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그들의..
2025.07.17 -
결재의 무게
유난히 어깨가 무거운 날이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습한 밤공기 속에서 문득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도 할 말은 분명 있겠지. 모든 상황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서 결론을 내리는 내 모습이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만, 어쩌면 이건 너의 직접적인 잘못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단단한 프로세스가 있었다면, 누군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지.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비극일 수도,, 하지만, 너는 결재를 했다. 수많은 검토와 보고서의 가장 마지막 칸에 너의 이름이 적혔있다. 그것은 단순한 서명이 아닌 것을 알지 않니?. 최종적인 확인이자,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
2025.07.16 -
술잔을 기울인 날..
어스름한 저녁, 오랜만에 이사님과 술잔을 기울였다. 갓 구워낸 곱창의 고소한 냄새와 함께 소주잔이 오가는 사이, 이사님의 깊은 주름만큼이나 짙은 세월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10년이 넘었지. 그룹사 여기저기, 내가 원하지도 않던 자리들을 돌면서..."담담하게 시작된 이야기 속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본래의 전문 분야가 아닌, 때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다른 업무까지 떠맡아야 했던 지난 세월. 회사의 필요라는 명목 아래,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던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몇 해 전, 형수님이 갑작스레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다. 위독하다는 말에 마음이 너무...아파왔던 기억. 오늘, 이사님은 술잔을 채우며 나지막이 말씀하셨다."이제 나한테 최우선 순위는 ..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