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노동자나 노조에게 손해배상을 무분별하게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과거에 한 조선소 하청업체 노조가 파업을 했는데, 회사가 노조에 47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이 소송 때문에 노조원들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한 시민이 노란 봉투에 4만 7천 원을 담아 보내면서 응원한 것에서 '노란봉투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노동쟁의(파업) 대상 확대: 기존에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 같은 직접적인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파업이 가능했는데, 이걸 '특수고용직(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의 권리'나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같은 문제까지 넓혀서 진짜 사장(원청)과도 교섭하고 싸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2. 손해배상 청구 제한: 파업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폭력이나 파괴 같은 심각한 불법 행위가 아닌 이상 개인에게까지 책임을 묻기 어렵게 하고, 손해배상 액수도 각자의 책임 정도에 따라 정하자는 것이다.
근데 왜 반대하는 걸까? 설득력 있는 이유 짚어보기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좋은 법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데, 취지는 좋지만,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이 법이 가져올 수 있는 다른 문제점들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1. "이젠 사소한 걸로도 다 파업하겠네?" - 산업 현장의 혼란
파업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임금이나 근로시간처럼 명확한 주제로 파업을 하지만, 앞으로는 '원청의 경영 결정'이나 '구조조정 반대' 같은 아주 넓은 범위의 문제로도 파업이 가능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볼게. A라는 대기업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B라는 부품을 만드는 하청업체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이때 B업체 노조가 "우리 일감 뺏지 마라!"면서 A 대기업 앞에서 파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건 A 대기업의 고유한 경영 활동인데, 노조가 파업으로 경영에까지 간섭하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고, 결국 경쟁력만 떨어질 수 있고, 모든 걸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산업 현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멈춰 설지도 몰른다. 해외 이전까지 하겠지. 나도 노동자지만 무섭다.
2. "파업은 마음대로, 책임은 안 지고?" - 책임과 권리의 불균형
권리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노란봉투법은 파업이라는 강력한 권리를 행사하고 나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책임은 대폭 줄여주자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 개개인의 삶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불법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거나, 거래처들이 줄줄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겨도 아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면, 이건 공평할까? 생각해보면, 노조의 강경한 불법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망했고, 그럼 그 회사에 다니던 다른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선량한 동료들이나, 그 회사와 거래하던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무슨 죄인가? 파업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생각해야 한다. '방어권'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책임이 사라진다면, 결국 더 큰 피해자를 낳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3. "이거 외국에도 없는 너무 과한 법 아니야?" -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차이
노동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진국들도 파업의 대상을 우리처럼 넓게 인정하거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이렇게까지 면제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한다. 오히려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만 유독 노조에 강한 권한을 주게 되면,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될 수도 있고, "저 나라는 노조가 너무 강해서 언제 공장이 멈출지 몰라"라는 인식이 생기면, 누가 한국에 공장을 짓고 싶어 할까? 결국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 기업들은 들어오지 않으면서 좋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과연 최선일까?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무한정 넓히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없애주는 것이 정말 우리 사회 전체에 이로운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합리적인 대안은 없을까?
첫째, '진짜 사장'을 교섭 테이블로는 끌어내되, 파업 대상은 신중하게 하자.
가장 큰 쟁점이 '누구랑 싸울 수 있냐'는 것인데, 배달 라이더나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자기 일에 영향을 미치는 원청이랑 대화조차 못 하는 건 불합리하다. 그러니 단체교섭, 즉 대화의 상대방으로서 원청의 책임은 분명히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당신들이 진짜 사장이니, 우리 이야기 좀 들어주시오"라고 요구할 권리는 줘야한다. 다만, 이걸 바로 파업의 대상으로까지 연결하는 건 조심해야 된다. 대화의 문은 열어주되, 파업은 지금처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기 회사(하청업체)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노동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창구를 얻게 되고, 기업은 '하청 노조의 원청 공격'이라는 극단적인 파업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일단 만나서 대화하게 하는 것, 그게 시작 아니겠는가?
둘째, '손해배상 폭탄'은 막되, '불법에 대한 책임'은 남겨두자.
노동자 개인에게 수십, 수백억을 청구해서 인생을 파탄 내는 건 명백히 과도하다고 본다. 이건 '손해배상'이 아니라 '보복'에 가깝지. 그러니까 법원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노조의 재정 상태나 각 개인의 책임 수준을 고려해서 상한선을 두거나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주는 장치는 꼭 필요하고, 파업 한번 했다고 신용불량자 되고 가정이 무너지는 비극은 막아야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사라져선 안 돼며, 파업 중에 기물을 파손하거나, 공장 점거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까지 면책특권을 줘서는 안 된다. 합법적인 파업은 보호하되, 선을 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 이게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맞추는 길 아닐까? "보호는 하되, 불법까지 봐주진 않는다"는 명확한 신호를 주는것이 필요하다.
셋째, 싸우기 전에 해결할 '중재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자.
맨날 파업하고 소송하고, 이 소모적인 싸움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까? 문제가 생겼을 때, 노사 양측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중재기구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처럼 노사 동수로 구성된 '조정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충분한 대화와 조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어떨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전문가들이나 중재위원들이 양측의 입장을 듣고 합리적인 중재안을 내놓으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싸움의 규칙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싸울 일을 만들지 않도록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노동자의 절박한 외침도, 기업의 현실적인 고민도 둘 다 맞는 말이다. 한쪽을 악마로 만들고 다른 쪽을 선으로 만드는 이분법적인 싸움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노란봉투법, 무조건 찬성과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이 부분은 좋지만, 저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니 이런 식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