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놀이터의 노래

2025. 6. 25. 07:13낙서같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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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문을 밀고 들어서면

거기는 우리들의 놀이터였지

얇은 월급봉투보다 두툼했던 웃음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던 나날

 

낡은 책상 위엔 꿈이 쌓여가고

커피 한 잔에 밤새는 줄 몰랐네

다시 하라면 못 할 미친 열정이었지만

그때는 그것이 우리 세상의 전부였지

 

어느 날 불어온 낯선 바람

굳은 얼굴과 날 선 구호들

우리의 노랫소릴 집어삼킨

그 거친 함성을 나는 기억하네

 

원망 한 조각, 미움 한 톨

그것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까지

어깨를 기댄 동료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우리는 진정 몰랐었네

 

뜨겁던 용광로는 차게 식었고

찬란했던 축제는 막을 내렸네

재만 남은 공터에 서서

각자의 길로 흩어지던 쓸쓸한 어깨들

 

세월은 흘러 닳아버린 추억 한 장

문득 궁금해지네, 닳도록 불렀던 그 이름들

치열하게 함께 웃고 울었던 나의 동료들은

지금 어디서 어떤 하늘을 보고 있을까

부디, 행복하기를

바람 편에 안부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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