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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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칠흑 같은 어둠이 발끝을 적시고세상의 모든 소음이 나를 할퀼 때나는 외로이 작은 섬처럼 떨고 있었네 고개를 들 용기조차 희미해질 무렵등 뒤에서 스며드는 따스한 온기에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아보았네 거기,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눈빛들세월의 주름 속에 걱정을 담은 어머니와굳건한 어깨로 바람을 막아주는 아버지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눈물 닦아주는 형제가 나의 세상이었고, 나의 우주였던이들이 묵묵히 등불을 들고 서 있었네 그러니, 괜찮다.두려워하지 마라. 거친 파도가 너를 덮치려 해도세상 모든 것이 너를 흔들려 해도네 등 뒤에는 결코 꺼지지 않을 등불,가족이라는 이름의 든든한 우주가 있으니.
2025.07.17 -
파란 행복
구름 한 점 삼켜버린 하늘은어쩌자고 이리도 파란 건지.토요일이라서 그런가,내 마음까지 덩달아 쨍하고 갠다.쫑알대던 둘째 손을 놓고학원 문에 들여보낸 뒤,'시험 끝'이란 해방감을 업은첫째의 가벼운 어깨를 본다.그리고,세월의 나이테를 더할수록더 깊고 단단해지는 사랑,아내와 눈을 맞춘다.오늘 저녁은이 눈부신 하루의 마침표로,우리 가족의 가장 맛있는 웃음이 차려질근사한 곳으로 가야겠다.
2025.07.12 -
퇴근길, 별
상사의 술잔에 마음을 쏟아낸 밤,묵은 체증처럼 가라앉던 과거의 기억들괴로웠던 프로젝트 내의 문제점들아이처럼 유치했던 사내정치의 소란함."감사합니다, ㅇㅇㅇ님"취기 어린 진심이었을까,아니면 내일을 위한 주문이었을까.터벅터벅, 젖은 어깨로 걷는 길아스팔트 위로 후회가 질척인다.말하지 말았어야 했을까,보이지 말았어야 했을까.그때,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전화벨"아빠, 나 반에서 1등 했어!"지난번 전교 2등보다 더 빛나는 목소리.순간,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뜬다.내 어깨를 누르던 세상의 무게는 가벼워지고가슴 속을 채우던 헛헛함은 사라진다.그래, 괜찮다.세상의 모든 소란도,어른의 유치함도,이 작은 별 하나를 이길 수는 없으리.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제는 더 이상 무겁지 않다.내 아이가 띄운 저 반짝이는 별을 보며나..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