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감옥, 대통령이라는 이름

2025. 8. 18. 08:04낙서같은 일상

반응형

오늘도 뉴스에 전직 대통령의 소식이 나온다. 법정에 서거나, 수사를 받거나, 혹은 퇴임 후 조용히 잊혀 가는 모습. 그걸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저 자리에 오르기 위해 평생을 바쳤거나, 국민을 위한다고 참여해서 대통령이 됬을텐데, 저렇게 될 걸 알면서도 그렇게 권력을 잡고 싶었을까?

 

대통령이라는 자리. 모든 언론이 나의 말을 받아 적고, 나의 결정 하나에 나라의 명운이 좌우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하며 환호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내 손으로 직접 쓸 수 있다는 것. 그 짜릿함, 그 성취감은 아마 상상조차 하기 힘들겠지. 어쩌면 세상을 정말로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순수한 신념, 혹은 내 능력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보겠다는 강한 소명의식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권력의 이면에는 '구속'이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항상 따라붙는 것 같다. 임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개인의 삶은 사라진다. 24시간 감시받는 삶, 모든 발언과 행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가장 가까운 사람마저 의심해야 하는 고독한 자리.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국민 전체의 운명을 짊어져야 하는 그 엄청난 무게감. 과연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걸까.

 

결국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오면,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권력을 잡으려 했던 건, 정말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권력 그 자체가 주는 달콤함에 중독되었던 걸까?

 

처음에는 분명 나라를 위한 뜨거운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하면 다를 것이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정의감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 험난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적들과 싸우고 지지자들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 처음의 순수함은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닐까. 나라의 미래를 위한 고민보다, 당장의 지지율과 다음 선거, 그리고 정적을 어떻게 이길지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되는 거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나라'라는 대의명분은 '나'와 '우리 편'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너무나도 커 보인다. 그리고 그 끝은 결국 또 다른 법정, 또 다른 심판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반복.

씁쓸하다. 한 나라의 정점에 선다는 것이 결국 스스로를 가장 화려한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왜 그 길을 향해 달려가는 걸까. 그들이 꿈꿨던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 꿈은 언제부터 뒤틀리기 시작했을까. 권력이란 이토록 허망하고, 인간이란 이토록 나약한 존재인가 보다.

반응형

'낙서같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챔피언  (4) 2025.08.12
쿠팡 2분기 매출 역대 최대  (8) 2025.08.06
길 위에서 만나다.  (6) 2025.08.01
기후 위기?  (6) 2025.07.31
(도서 감상) 빌런의 심리학  (4)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