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인간
세상엔 ‘인생 2막’이라는 희망찬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은퇴 후 비로소 자유를 찾고, 새로운 꿈에 도전하며 황금기를 보낸다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훌륭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나 멀고 비현실적인 동화일 뿐.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각은 해방감이 아닌, 짙은 정적과 막막함일 것이고, 지난 30년간 나를 깨우던 알람 소리도, 출근을 재촉하던 아내의 목소리도 없을것이다. 텅 빈 거실에 홀로 앉아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며, 나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고민한다. ㅠㅠ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의무감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라고. 하지만 수십 년간 누군가의 상사, 동료, 부하직원 그리고 가장으로 살아온 나에게 ‘역할이 없는 나’는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