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기울인 날..
어스름한 저녁, 오랜만에 이사님과 술잔을 기울였다. 갓 구워낸 곱창의 고소한 냄새와 함께 소주잔이 오가는 사이, 이사님의 깊은 주름만큼이나 짙은 세월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10년이 넘었지. 그룹사 여기저기, 내가 원하지도 않던 자리들을 돌면서..."담담하게 시작된 이야기 속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본래의 전문 분야가 아닌, 때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다른 업무까지 떠맡아야 했던 지난 세월. 회사의 필요라는 명목 아래,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던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몇 해 전, 형수님이 갑작스레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다. 위독하다는 말에 마음이 너무...아파왔던 기억. 오늘, 이사님은 술잔을 채우며 나지막이 말씀하셨다."이제 나한테 최우선 순위는 ..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