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슬비 내리는 날의 단상
창밖엔 보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산마루엔 안개가 자욱이 걸려가야 할 정상을 가만히 감추었다 덩달아 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아고요의 틈새로 잊었던 얼굴들이하나둘,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더 좋은 길을 찾아 떠나간 이의 뒷모습과돌아오지 못할 세상으로 먼저 떠난 이름과어딘가에서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갈 남은 이들 보슬비는 눈물인가, 아련한 그리움인가흐릿한 기억의 장막 같은 저 안개 너머에떠나고 남고 잊힌 모두가 함께 있는 듯하여 기쁘다기엔 마음 한쪽이 아리고슬프다기엔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참 묘한 오후가 천천히 흐른다.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