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우연히 인터넷 기사에서 이강소 화백의 그림 한 점을 마주했다. 1991년 작, '무제-90207'. 캔버스를 가득 채운 것은 정돈되지 않은 듯한 거친 붓질과 희뿌연 색감이다. 그저 거친 추상화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그려지다 만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무언가를 지워낸 흔적 같기도 한 그림...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혼돈스러운 붓질 아래로 희미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같기도 하고, 새 같기도 하고, 화면 중앙에서 유유히 떠 있는 듯한 그 존재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아련하다. 하지만 분명히 그곳에 '있다'.이내 시선은 다시 그 형체를 뒤덮고 있는 힘찬 붓질로 옮겨간다. 바람의 움직임 같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이 남긴 상처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에너지의 폭발이면서, 동시에 ..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