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4)
-
'경력 포기'
최근 30대 경력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게임업계 신입으로 지원하는 현상을 조명한 기사를 봤다. 기사는 이를 높은 연봉과 복지, 커리어 만족도 덕분인 것처럼 긍정적으로 묘사하며, 게임업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처럼 이야기한다.그런데, 화려한 데이터와 장밋빛 전망 뒤에 가려진, 어쩌면 더 현실적이고 냉혹한 이면을 이 있다. 과연 30대들의 '경력 포기'는 희망찬 도전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현실 도피일까?1. '중고 신입'은 기업에게만 유리한 '경력 할인'일 뿐이다.기사는 '중고 신입'의 유입이 활발하다고 분석하지만, 이는 구직자 입장에서 결코 유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중고 신입'이라는 말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 사회 경험과 직무 능력을 쌓은 인재를 '신입'이라는 이름..
2025.07.11 -
투명 인간
세상엔 ‘인생 2막’이라는 희망찬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은퇴 후 비로소 자유를 찾고, 새로운 꿈에 도전하며 황금기를 보낸다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훌륭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나 멀고 비현실적인 동화일 뿐.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각은 해방감이 아닌, 짙은 정적과 막막함일 것이고, 지난 30년간 나를 깨우던 알람 소리도, 출근을 재촉하던 아내의 목소리도 없을것이다. 텅 빈 거실에 홀로 앉아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며, 나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고민한다. ㅠㅠ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의무감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라고. 하지만 수십 년간 누군가의 상사, 동료, 부하직원 그리고 가장으로 살아온 나에게 ‘역할이 없는 나’는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2025.07.10 -
소리없는 전쟁
구름 위, 그들만의 성에는팽팽한 공기, 차가운 유리창C라는 이름의 왕들은오늘도 보이지 않는 칼을 맞댄다.날 선 웃음 뒤로 숨은 경계칭찬 속에 교묘히 파고드는 가시사소한 자존심에 조직이 흔들리니그 유치한 명분 다툼에 우리는 다만 침묵할 뿐.그들의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아래는 영문 모를 폭풍이 몰아친다.한마디 말에 천 길 낭떠러지요가벼운 외면에 살얼음판을 걷는 우리.자리보존의 서글픈 줄타기라,애써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여도그들의 미묘한 기류에 하루 종일 흔들리는우리의 오늘은 너무나도 고단하다.
2025.07.10 -
"이걸요? 제가요? 왜요?"
“팀장님, 그건 제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이걸요? 제가요? 왜요?”열심히 팀을 이끌어보려던 어느 날, 팀원의 싸늘한 한마디에 머리가 멍해진 경험? ㅎㅎㅎ 특히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며 역할과 책임(R&R)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런 ‘불확실한 업무’를 둘러싼 갈등은 팀장에게 큰 스트레스다. 생각같아서는 확~ 최근 이런 고민에 대해 "성과관리 시스템과 연계하여 협업 목표를 설정하고 보상하라"는 말이 있는데 결국에는 평가로 조져야한다라는 뜻이지만 맞는말이라 생각된다. 잘 짜인 '시스템'은 최고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하지만, 우리 솔직해져 볼까? 전사적인 성과 제도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기엔, 우리 팀의 분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어색해지고 있고, 지금 당장 냉랭해진 팀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팀장은 ..
2025.07.09 -
외로움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섬처럼 홀로 떠 있는 기분수많은 웃음과 이야기 속에서나만 외톨이인 것 같은 밤 서러운 마음에 고개 숙일 때면가만히 귀 기울여보세요그 고독은 당신을 해치러 온 게 아니랍니다 세상의 소란이 잠시 멎고비로소 들려오는 내 마음의 목소리잊고 있던 나의 꿈, 나의 빛깔가장 깊은 곳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홀로 선 나무가 더 깊이 뿌리내리고외로운 별이 더 밝게 빛나듯이그 침묵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스스로 빛나는 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결국 사람으로 치유되지만나 자신을 온전히 끌어안는 법은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얻어지는 선물 그러니 두려워 마세요군중 속에서 문득 찾아온 그 고요함을그것은 당신이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이라는 꽃이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2025.07.09 -
그 여름
숨 막히던 여름밤에어컨 대신 밤바람을 벗 삼아집 앞 골목에 돗자리 하나 펴면온 동네가 우리들의 마당이었네 모기 쫓던 어머니의 부채질 소리두런두런 나누던 이웃의 안부와수박 한 통에 터지던 웃음소리그렇게 정겨움으로 밤은 깊어 갔네 언제부터였을까집집마다 보이지 않는 창이 생기고얼굴 대신 빛나는 화면을 마주한 순간부터골목길 돗자리는 자취를 감추었네 이제는 살 부대끼는 정겨움보다날 선 말들이 허공을 먼저 가르고따뜻한 마음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재단하니참으로 어렵고 서글픈 세상이어라 아, 그립다다리 몇 군데 모기에게 물려도 좋았던서로의 온기로 더위를 나누던그 여름밤, 우리들의 돗자리가 그립다.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