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슬비 내리는 날의 단상
2025. 6. 20. 12:21ㆍ낙서같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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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엔 보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산마루엔 안개가 자욱이 걸려
가야 할 정상을 가만히 감추었다
덩달아 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아
고요의 틈새로 잊었던 얼굴들이
하나둘,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더 좋은 길을 찾아 떠나간 이의 뒷모습과
돌아오지 못할 세상으로 먼저 떠난 이름과
어딘가에서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갈 남은 이들
보슬비는 눈물인가, 아련한 그리움인가
흐릿한 기억의 장막 같은 저 안개 너머에
떠나고 남고 잊힌 모두가 함께 있는 듯하여
기쁘다기엔 마음 한쪽이 아리고
슬프다기엔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
참 묘한 오후가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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