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22. 07:34ㆍ낙서같은 일상
어제(20일) 경기 북부 일대에서는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속출해, 한마디로 비상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경기 북부에 있는 구리시 시장이 술이 제공된 야유회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춘 걸로 저희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같은 시간 구리시 공무원들은 홍수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박찬범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어제 낮, 강원도 홍천군의 한 식당.
마이크를 쥔 남성이 노랫소리에 맞춰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이내 노래를 열창합니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머물지 못해~]
노래를 부르는 이 남성은 경기도 구리시의 백경현 시장.
백 시장 뒤론 '하계 야유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입니다.
백 시장이 춤을 추는 모습도 영상에는 담겨 있습니다.
야유회 테이블에는 술병이 놓여 있습니다.
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어제.
구리시에서는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 피해가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하천 범람으로 교량이 파손되고, 하상도로 4곳을 포함해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보고됐습니다.
어제 새벽 경기 구리시엔 많은 비로 이곳 일대 하천 수위가 높아져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구리시 홍수주의보는 어제 새벽부터 오전 11시 20분까지 유지됐고, 구리시청 안전총괄과, 도로과, 녹지과의 공무원들은 같은 날, 새벽부터 낮 2시 30분까지 수해 대비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백 시장은 낮 12시 20분, 시청 직원들이 비상근무 중일 때 구리시를 떠나 낮 1시 30분쯤 홍천 야유회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30분, 백 시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폭우 피해를 재난상황실 등에 신고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구리시민에게 보내기도 했는데, 재난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야유회에 참석했던 겁니다.
[윤필태/구리 시민 : 지금 이 난리에 바깥 지역에, (시장이) 구리시를 벗어났단 것만으로도 안 되는 것이지요.]
백 시장은 SBS에 "구리 시민들의 요청으로 야유회에 20분 정도 참석했다"면서 "술은 안 마셨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오전 11시, 구리시 재난상황실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강원 홍천으로 떠났던 것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구리시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장성범·박태영)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위 기사는, 집중호우로 경기 북부 지역에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며 비상이 걸렸던 그 시각, 한 도시의 시장이 술이 차려진 야유회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영상이 공개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고 시청 공무원들은 수해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서던 바로 그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심지어 시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폭우 피해 신고를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낸 뒤였다고 하니,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처음 든 생각은 '비난'보다는 '성찰'에 가까웠다. 물론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시장으로서 결코 적절하지 않은 처신이었다. 시민들의 요청으로 잠시 참석했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시를 비우고 유흥을 즐기는 모습으로 비친 것만으로도 그 책임은 가볍지 않다.
고위 공직자라는 자리는 국민 전체를 위한 봉사자로서, 개인의 삶보다 공적인 책임을 우선해야 하는 무거운 자리다. 그 무게를 잠시 잊는 순간, 사소한 행동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명확히 보여준다.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는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리는 ‘그럴 수 있는’ 사정을 앞세우기엔 너무나 막중한 책임감을 요하는 곳이다. 리더의 행동 하나하나는 단순히 개인의 행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 전체의 사기와 시민들의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마 현장에서 비상근무를 서던 공무원들은 허탈감을, 그리고 그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불안감과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꼭 고위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항상 경계해야 함을 느낀다.
겸손함과 신중함.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덕목임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자리가 주는 무게를 잊지 말고, 늘 스스로를 돌아보며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