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주 4일제’,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현실적 고민들

2025. 7. 16. 08:38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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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근무, 임금은 그대로.’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근무 형태다. 최근 영국 등 해외에서 진행된 주 4일제 실험에서 ‘기업 매출 상승’과 ‘직원 번아웃 감소’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우리 사회의 주 4일제 논의에도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되면서 ‘우리 회사도 도입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1.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는 제도의 한계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업종 간의 형평성’ 이다. 현재 주 4일제를 도입했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IT, 사무, 연구직 등 개인의 업무 효율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나도 해당되기때문에 도입하면 좋지만.
하지만 24시간 멈출 수 없는 생산 공장이나, 고객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서비스업,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 현장은 어떨까? 이들 업종에서 근무일을 하루 줄이는 것은 곧바로 인력 공백운영 차질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로 돌아올 것이고, 결국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영세 기업들은 제도를 도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노동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부분적인 주 4일제(월 1~2회)조차 생산직 근로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주 4일제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등한 혜택을 주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이는건 아닐까,,

2. ‘압축된 노동’이 부르는 새로운 스트레스

‘주 4일 일하고 3일 쉰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5일 치 업무를 4일 안에 끝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노동시간 단축이 곧바로 업무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한, 하루의 업무 강도는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줄어든 시간 안에 같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플랫폼 기업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운영했음에도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27%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금요일까지 처리하면 됐던 일’을 ‘목요일까지 무조건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과연 ‘저녁 있는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3. ‘고객은 금요일에 쉬지 않는다’…외부와의 단절 문제

우리 회사만 주 4일제를 한다고 해서 세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주 5일제로 운영되는 외부 기관이나 고객사와의 소통 문제는 현실적인 난관일 것이다. 금요일에 긴급한 연락이 오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저희는 오늘 휴무입니다”라고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누군가는 쉬는 날에도 비상 연락을 위해 대기하거나, 당직 근무를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지. 이는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특정 직원에게 업무가 몰리는 또 다른 불공정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가 한때 시행했던 ‘격주 놀금(격주 주 4일제)’ 제도를 다시 폐지한 배경에도 이러한 외부 협업의 어려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주 4일제는 ‘꿈의 제도’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물론,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산업과 직종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 압축된 노동 강도, 외부와의 협업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 4일제’라는 획일적인 구호보다는,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유연근무제 확대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프로세스 개선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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