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같은 일상

쿠팡 2분기 매출 역대 최대

푸른 달무리 2025. 8. 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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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두 얼굴을 마주하며

오늘 아침, 스마트폰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두 개의 기사. 하나는 오늘 날짜가 찍힌 속보였고, 다른 하나는 작년의 기사였지만 나란히 내 생각 속에 떠올랐다. 묘한 기시감과 함께 마음이 복잡해졌다.

 

첫 번째 기사: "쿠팡 2분기 매출 12조 육박… 역대 최대 달성"

 

2025년 8월 6일. 오늘 새벽에 발표된 쿠팡의 실적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2분기 매출이 12조 원에 육박하며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식.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 영업이익은 2093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만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활성 고객 수는 2390만 명을 넘어섰다. 숫자로만 보면 쿠팡은 거침없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로켓배송'으로 시작된 혁신이 이제는 대한민국 유통 지형을 바꾸고, 글로벌 시장까지 넘보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지표들이다.

이 기사를 보며 나 역시 '역시 쿠팡'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오늘 새벽에 주문하면 아침에 문 앞에 와 있는 편리함. 떨어질 만하면 알아서 추천해주고, 버튼 하나로 결제까지 끝나는 간편함. 나를 포함한 2390만 명의 활성 고객 중 한 명으로서 그 편리함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사: "[노동N이슈] 예견됐던 쿠팡의 죽음들‥119 출동 기록 입수"

 

하지만 작년 겨울에 읽었던 기사로 생각났다. 역대급 폭염이 덮쳤던 작년 여름, 쿠팡 물류센터에서 쓰러져 나간 노동자들의 이야기. 119 출동 기록에 남은 '실신 18명, 어지럼증 13명, 마비·경련 10명, 심정지 7명…'이라는 처참한 숫자들. '하인리히 법칙'을 인용하며 이미 예견되었던 비극이라고 지적하던 기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오늘 발표된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바로 뒤편에, 작년 여름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만 같았다. 그 편리하고 빠른 '로켓배송'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누군가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달려야 했고, 찜통 같은 물류센터에서 어지럼증을 견뎌야 했다. 이 눈부신 성과는 과연 누구의 땀과 눈물 위에 세워진 것일까.

 

빛과 그림자, 그리고 나

 

두 기사는 쿠팡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진다. 한쪽 면에는 '혁신', '성장', '성공'이라는 빛나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면, 다른 한쪽 면에는 '과로', '위험', '희생'이라는 어두운 단어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소비자로서 그 동전의 밝은 면만을 취하며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성장을 위한 노력과 그로 인한 성과를 폄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성장의 과정이 누군가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 '119 출동 기록에 누락된 죽음'이 있다는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를 남겼다.

오늘 쿠팡의 역대 최대 실적 발표를 보며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다. 한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재무제표 상의 숫자로만 평가될 수 없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존중하고, 그들의 안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가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나 역시 쿠팡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소비자 중 한 명으로서, 오늘 이 두 기사를 보며, 무언가 생각하게 한다. 나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고통과 맞바꾼 것이 아니길 바란다. 쿠팡이 눈부신 성장과 함께, 그늘진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로켓'과 같은 속도와 혁신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그럴 때 비로소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진정으로 빛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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