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직장생활?

능력만 있으면 될까?

푸른 달무리 2025. 8. 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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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나는 실력으로 승부해. 사내정치 같은 건 질색이야'라고 되뇌고 있나? 그 순진하고 고결한 생각, 이제는 쓰레기통에 처박아 둘 때가 됐다. 가식 따위는 벗어던지고 지독한 현실을 마주해 보자.

​C레벨이든,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이든, 조직에 속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위를 향한 욕망이 있다. 그걸 부정한다면 위선이거나, 그냥 이 게임에 참여할 의지가 없는 '월급 루팡'일 뿐이다. 그리고 그 욕망의 사다리를 오르는 데 필요한 동아줄이 바로 '사내정치'다.

​아직도 사내정치라 하면, 누군가를 험담하고, 부장님 옆에 딱 붙어 술 따르는 그림만 떠오르나? 그랬다면 아직 하수일 것이다.

비운의 에이스, 김 팀장

​김 팀장은 우리 회사 최고의 실력자였다. 그가 만든 기획서는 언제나 완벽하고, 데이터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후배들은 그를 존경하지만, 동시에 어려워한다. 그는 회의실에서 언제나 '팩트'만 말한다. A 본부장의 아이디어가 비논리적이면 면전에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B 상무의 지시가 비효율적이면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라고 가르치려 든다.

​결과는? 모두가 그의 실력을 인정하지만, 누구도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프로젝트는 늘 그를 비껴가고, 임원들은 그를 '까칠하고 다루기 힘든 직원'으로 분류한다. 그는 밤새워 일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지만, 그의 공은 다른 사람의 '보고'와 '발표'를 통해 각색되어 올라간다.

그는 분통을 터뜨린다. "왜 나를 몰라주지? 결과물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거 아니야?"
​착각하지 말자. 회사는 나의 완벽한 보고서가 아니라, 그 보고서를 통해 '누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여우 같은 전략가, 박 파트장

​박 파트장의 실력은 김 팀장보다 한 수 아래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게임의 룰'을 안다. 그는 보고서를 쓰기 전에, 이 보고를 받을 임원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떤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지 파악한다. 그는 회의에서 다른 팀의 의견을 반박하기보다, "그 의견도 일리가 있네요. 거기에 저희 팀의 이런 관점을 더하면 어떨까요?"라며 판을 키운다.

​그는 점심시간에 다른 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정보를 얻고, 자신의 평판을 관리한다. 누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회사의 권력이 어디로 흐르는지 동물적으로 감지한다. 그는 자신의 성과를 드러낼 때, 혼자만의 공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C 상무님의 인사이트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D팀의 협조가 결정적이었습니다'라며 영리하게 빚을 만들고, 그 빚을 자신의 든든한 우군으로 전환시킨다.

​누가 먼저 승진했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C레벨의 세계는 100% 정치의 영역이다.

​내가 C레벨이 되면 코딩 실력, 디자인 감각, 마케팅 스킬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내 일은 이해관계가 다른 수많은 조직과 사람들을 조율하고, 한정된 자원을 '내 사람'과 '내 조직'에 배분하며, 이 거대한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정치다. 실무 능력만으로 C레벨이 되겠다는 건, 수영만 배워서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다는 소리와 같다고 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줄 잘 서고 아부하라는 소리네'라고 결론 내렸다면, 여전히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내가 이룬 성과를 회사의 언어, 상사의 언어, 임원의 언어로 번역해서 전달하고 있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했는지부터 돌아보면, '나'의 노력이 아닌, '우리'의 성공과 '회사'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포장하는 기술을 익혀야 할것같다.

​나는 '보이지 않는 지도'를 읽고 있는가?
조직도에 그려진 공식적인 권력 구조 말고, 누가 진짜 키를 쥐고 있는지 파악해야.. 누가 누구와 친하고, 누구의 말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지. 그 흐름을 읽지 못하면 난 언제나 변두리에서 헛발질만 하게 될 것이다.

​나는 '평판'을 관리하고 있는가?

'일 잘하지만 독선적인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 유능한 사람' 중 어떤 평판을 쌓고 있는가? 내가 없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이야기할지 상상해 봐야 한다. 동료의 작은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타 부서의 고충에 귀 기울이는 작은 행동이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적'을 만들고 있는가, '팬'을 만들고 있는가?
모든 논쟁에서 이기려고 하지 말자. 사소한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패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때로는 져주고, 때로는 공을 넘기자. 나의 비판이 상대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나의 적으로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그만 순진한 이상주의는 버려야 한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성적표만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곳이 아니지. 사내정치는 더러운 것이 아니라,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고 나의 가치를 증명하며,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몰아가는 '기술'이다.

​이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영리하게 살아남는 법을 고민...정말 인생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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