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푹푹 찌는 여름, 끓어오르는 지구를 보며 스스로에게 묻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오늘 같은 날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지독한 더위의 끝은 어디일까.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든 이 여름이 이제는 ‘뉴노멀’이 되어버린 세상.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뉴스에서는 연일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세상은 마치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기차처럼 덜컹거리는 듯하다.
미국은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했다.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그의 외침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거대한 나라가 국제적인 약속의 틀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그를 따라 몇몇 국가들도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국제 공조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이란, 리비아, 예멘 등 애초에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들도 있으니, 지구를 식히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선진국 너희들은 산업혁명 이후 마음껏 탄소를 뿜어내며 부를 쌓지 않았느냐. 이제 와서 우리에게 똑같은 책임을 지라는 것은 불공평하다." 역사적 책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국토가 물에 잠기고,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는, 탄소 배출 책임이 가장 적은 나라들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지원’이 아닌 ‘보상’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처럼 거대한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들이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는 복잡한 심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 앞에서 ‘내 몫’을 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 그래서 ‘원전’은 기후 위기 시대에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주장과 핵폐기물이라는 위험한 유산을 남긴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정부는 원전을 기후 위기 대응과 수출 산업의 핵심으로 보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래 세대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장의 경제 논리와 눈앞의 더위를 식힐 에너지를 외면할 수도, 그렇다고 미래의 위험을 무시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 예측 불가능한 기상 이변은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작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식량 가격이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면 세계 식량 생산의 3분의 1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이 더위가, 언젠가는 우리 밥상의 문제,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서늘한 진실.
오늘도 나는 에어컨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복잡한 상념에 잠긴다. 거참 아이러니 하다. 덥다 더워.
정말 굶어 죽는 건 아닐까? 이 무서운 질문에 '아니'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뭘 해야하나, 어린아이 그림책처럼 분리수거? ㅎㅎㅎ 그나저나 진짜 덥네.